AI는 회계사를 대체하는가 - 수습 회계사님들을 위한 제언
안녕하세요, PROCPA입니다.
제가 회계사 수험생이던 2016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었죠. 당시 뉴스에서는 AI가 대체할 직업 1순위로 항상 '회계사'를 꼽았습니다. "합격해도 직업이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수험생이었던 저는 꽤나 불안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약 10년이 흐른 지금, 당시의 막연했던 불안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금융당국의 수요 예측 실패와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이 맞물리며, 수습 회계사 분들이 자리를 찾지 못하는 유례없는 채용난이 시작된 것입니다. "AI는 회계사를 대체하는가?"라는 질문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현직 공인회계사이자 AI를 도구 삼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질문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1. 회계사는 정말 대체되지 않을까요?
회계사가 대체되지 않는다고 믿는 분들이 흔히 말씀하시는 두 가지 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1.1. "단순 업무만 대체될 뿐, 고유 영역은 안전하다?"
많은 분이 경리나 기장 업무만 대체될 뿐, 감사·세무·재무자문 같은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고유 업무는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디지털로 처리하는 거의 모든 업무는 장기적으로 AI가 해낼 것이라 판단합니다.
AI의 발전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제 유튜브 알고리즘이 온통 IT와 AI 관련 기술로 도배되어 있을 만큼 이 분야의 흐름을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데, 불과 한 달 전 '게임 체인저'라 불리던 기술이 금세 구식이 될 정도로 변화가 빠릅니다. 일론 머스크는 2026년에 인류가 AGI(범용 인공지능) 에 도달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AI는 "0과 1로 이루어진 모든 데이터"를 대체해 나갈 것이며, 회계사의 업무 중 AI가 '절대' 할 수 없다고 단언할 만한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단지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 기술적으로는 언젠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1.2. "책임은 대체될 수 없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법적 책임은 여전히 인간 회계사가 지겠지만, 업무 자체가 대체되면 회계사의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책임은 남더라도 필요한 인원이 10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다면, 직업으로서의 가치와 희소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2. 역설적으로 커지는 '인증(Certification)'의 중요성
그렇다면 회계사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회계사의 본질인 '인증' 은 AI 시대에 오히려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AI의 성능과 의사결정의 신뢰도는 결국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저품질 데이터를 학습한다면 잘못된 결과를 도출할 뿐이며, AI가 의사결정을 하는 시대가 온다면 더더욱 그 데이터가 중요해집니다.
이처럼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무엇이 진실인지, 특히 재무 데이터가 '적정한지'를 판별하고 공인하는 역할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신뢰의 기준을 세우는 '자본주의 데이터의 파수꾼' 으로서 회계사의 인증 기능은, AI 시대에 더욱 강력한 공신력을 발휘하는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 될 것입니다.
모든 재무정보가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산출되고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이지만, IT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진 회계사는 여전히 희소합니다. 한공회에서 Data Analytics나 파이썬 활용을 강조하고는 있으나, 정작 재무정보가 생성되는 근간인 ERP와 IT 인프라 전반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내부회계관리제도 대응 차원을 넘어, 이 영역에 대한 본질적 이해는 향후 회계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 될 것입니다.
3.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회계사의 조건
회계사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지만 인증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모든 회계사가 대체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회계사가 되어야 할까요?
3.1.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유능한 회계사는 결국 클라이언트가 나를 믿고 의뢰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흔히 '영업'이라 불리는 이 영역, 즉 클라이언트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능력은 AI가 대체하기 가장 힘든 영역입니다.
3.2. 암묵지와 생산성
제가 이전 글에서 생존 전략으로 강조했던 내용인데 회계사에게도 유효합니다. 실무자의 생존 전략은 결국 암묵지와 생산성으로 귀결됩니다.
- 실무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 이면의 맥락(암묵지)을 파악하고,
- 이를 AI라는 도구와 결합하여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방향을 목표로 나아가야 하겠지만, 실무를 갓 시작한 분들에게는 다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기성세대를 압도하는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력' 입니다. AI를 위협이 아닌 나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도구로 정의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여러분을 남다른 경쟁력을 갖춘 회계사로 성장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4.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의 시작
4.1. 위기가 곧 기회
핀란드의 노키아를 기억하시나요? 국가 경제의 기둥이었던 노키아가 망했을 때, 핀란드는 청년 실업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절망하는 대신 스스로 팀을 꾸려 창업에 도전했고, 결국 핀란드는 유럽의 창업 강국으로 부활했습니다.
당장 창업을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다소 진부하지만 변치 않는 진리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원천 기술 없는 제조업 국가라며 저평가받기도 했지만, 결국 그 제조업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위기설이 돌 때마다 혁신을 통해 보란 듯이 재기하며 시장을 주도해 왔습니다. 제가 실무를 하며 체감한 진리 역시, 가장 큰 혼란의 시기에 가장 큰 도약의 기회가 숨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4.2. 젊은 회계사만의 무기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회계사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경험도, 인맥도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판도가 바뀌는 지금과 같은 AI 대전환기에는 '새로운 기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수용력' 이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AI가 기존 업무를 대체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AI를 통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전문적인 개발자나 데이터 과학자가 아니지만, 지금은 AI의 도움을 받아 웹사이트와 앱을 만들고 머신러닝, 딥러닝 모델까지 직접 구현하고 있습니다. 과거였다면 수년을 따로 공부해야 가능했을 일들이, 이제는 조금의 지식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몇 년동안 공부해서 쌓아온 회계, 재무, 세무 지식은 결코 쓸모없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AI라는 도구와 결합하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마치며
현실적인 위협을 외면한 채 무조건 "괜찮을 것"이라고 위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제 것으로 만드는 사람에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기회의 시대라는 사실입니다.
이 글을 읽는 젊은 회계사분들이 계시다면, 함께 공부하고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그 길을 걸으며 얻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꾸준히 공유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