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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CPA.
목차1.1. AI를 활용한 업무자동화가 실패하는 이유

1부. 문제제기

1.1. AI를 활용한 업무자동화가 실패하는 이유

결산 보고서도 정산표도 매번 다르게 나오는 이유를 불확정성에서 찾고, 반복은 결정론으로 판단은 AI에게 나누는 해법을 세웁니다.

요즘 어딜 가나 온통 AI 이야기입니다. AI가 사람 대신 코드를 짜고, 보고서를 쓰고, 심지어 영상까지 뚝딱 만들어낸다는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집니다. 어떤 기업은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을 몇 배나 끌어올렸다고 자랑하기도 합니다.

이런 소식에 이끌려 AI 챗봇을 켜서 결산 보고서 초안 작성을 맡겨보고, 정산표 정리를 시켜봅니다.

처음 마주한 결과물은 제법 그럴듯해 보입니다. 문장도 매끄럽고 구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상 실무에 쓰려고 들여다보면 우리 회사 양식과는 어딘가 맞지 않습니다.

표 서식을 표준으로 바꾸고 항목 순서만 조금 조정해 달라고 다시 요청해 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손대지 말아야 할 본문까지 엉뚱하게 바뀌어 돌아옵니다.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처음부터 다시 대조하고 검토하다 보면, 결국 한숨 섞인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냥 내가 하는 게 빠르겠다."

본 가이드는 이 실패가 왜 반복되는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1. 왜 실패할까 : 불확정성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이 실패는 나만의 경험이 아니고, AI의 성능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실패의 진짜 원인은 도구의 성격에 있습니다.

우리가 자동화하고 싶은 업무를 떠올려 보면 대부분 반복 작업입니다. 매월 만드는 정산표, 매주 올리는 보고서. 그리고 반복 업무의 생명은 "매번 똑같이"입니다. 지난달과 이번 달의 산출물은 숫자만 다르고 양식·계산 로직·검증 절차는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확률모델입니다. 다음에 올 말을 확률적으로 골라 만들기 때문에, 같은 요청에도 결과가 매번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성질을 불확정성(Nondeterminism) 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AI에게 엑셀 정산표 서식을 같은 프롬프트로 100번 요청하면 100번 모두 구조, 헤더 색과 테두리가 미묘하게 다르게 나옵니다.

한 번 잘 나오는 것과 매번 똑같이 잘 나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이와 반대로 전통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한 자동화는 정해진 규칙대로 매번 같은 결과를 내는 방식, 즉 결정론(Determinism) 입니다.

엑셀 수식, 매크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이 계열의 도구입니다. 두 계열은 성격이 이렇게 다릅니다.

구분결정론 도구 (수식·매크로·RPA)생성형 AI
동작 방식정해진 규칙대로 실행확률적으로 생성
같은 입력을 주면항상 같은 결과매번 조금씩 다른 결과
강한 일반복·계산·검증추론·해석·초안
약한 일예외 상황·판단반복·일관성

이제 도입의 실패 장면을 다시 보면 원인이 보입니다. 확률모델인 AI를, "매번 똑같이"가 생명인 반복 업무 자리에 세워 놓았던 것입니다. 도구가 나쁜 것도, 쓰는 사람이 서툰 것도 아닙니다. 도구의 성격과 업무의 성격이 어긋난 것입니다.

두 도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가 실무에서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는 2부에서 상세히 다룹니다.

2. 그럼 어떻게 써야 하나

원인이 자리의 어긋남이라면, 해결책은 자리를 바꿔주는 것입니다.

매번 똑같아야 하는 반복 구간은 결정론 도구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AI는 규칙으로 못 박기 어려운 곳, 즉 추론과 판단의 자리에 씁니다.

예외 거래의 성격을 해석하고, 규정을 상황에 적용하고, 형식이 제각각인 자료에서 필요한 내용을 읽어내는 일. 결정론으로는 처리할 수 없고 AI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반복은 결정론으로, 판단은 AI에게.

이 역할 분담이 가이드 전체를 관통하는 뼈대입니다. 제 체감으로 실무의 반복과 판단 비중은 9 대 1 정도이고, 그래서 저는 이것을 "결정론 90% + AI 10%" 라는 황금비율로 부릅니다.

AI 100% vs 결정론 90% + AI 10%

3. 그런데 결정론은 결국 코드다

여기까지 들으면 곧바로 다음 문제에 부딪힙니다.

반복 구간을 결정론으로 고정한다는 것은, 결국 수식·매크로·스크립트 같은 코드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비개발자입니다. 파이썬이 뭔지, VBA가 뭔지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그렇지, 결국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잖아" 하고 책을 덮게 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코드를 짜는 일이야말로 지금 AI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코드를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이 매번 똑같아야 하는지를 우리말로 정의하면, 코드는 AI가 짭니다. 그렇게 한 번 만들어진 코드는 결정론이라 백 번을 돌려도 같은 결과를 냅니다.

AI에게 판단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뺀 나머지를 고정할 결정론을 만드는 데에도 AI를 쓰는 것. 이것이 비개발자 실무자가 벽을 넘는 방법이고, 이 가이드가 안내하려는 길입니다.

결정론도 AI로 만든다 — 정의는 실무자가, 코드 제작은 AI가(한 번), 반복은 코드가(매번), 남은 판단은 AI가 맡는 선순환

4. 그런데 배울 곳이 없다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반복은 결정론으로 고정하고, 그 결정론을 만드는 일까지 AI에게 맡긴다. 남은 문제는 하나, 이걸 어디서 배우느냐입니다.

막상 배울 곳을 찾아보면 시중의 AI 활용 콘텐츠는 크게 두 부류로 갈립니다. 하나는 개발자 대상이라 터미널, API, 프론트엔드, 백엔드와 같은 용어와 영어가 쏟아집니다. 다른 하나는 콘텐츠 제작 대상이라 블로그 글·영상·이미지처럼 매번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법을 가르칩니다.

전자는 장벽이 너무 높고, 후자는 애초에 전제가 다릅니다. 창작은 매번 달라도 좋은 일이지만, 우리 일은 매번 같아야 하는 일이니까요. 정작 반복 업무를 하는 실무자를 위한 방법을 제대로 다루는 책이나 강의는 찾기 어렵습니다.

사실 AI를 배우겠다고 굳이 돈을 내고 강의를 듣거나 책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AI에게 물어가면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곁에서 지켜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조차 몰라 첫발을 못 떼는 분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본 사이트는 바로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하여 제작하였습니다.

개발자를 위한 것도, 크리에이터를 위한 것도 아닌, 매일 같은 산출물을 반복해서 만드는 실무자를 위한 AI 활용 방법론 — 그것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한 것이 이 가이드이고, 완성된 사례와 도구를 이어서 오픈소스로 배포하는 곳이 PROCPA 웹사이트(procpa.co.kr)입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우리는 개발자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파이썬을 마스터하거나 컴퓨터공학을 전공처럼 공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딱 하나, 업무 자동화에 필요한 만큼만 AI를 다룰 줄 아는 것입니다. 무엇이 매번 똑같아야 하는지를 우리말로 정의하고, 그 나머지를 AI에게 맡기는 감각 —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코드를 짜고, 서식을 고정하고, 검증 로직을 세우는 나머지 일은 AI가 합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오늘 짧게 스친 결정론과 AI의 차이를 원리부터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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