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준비 단계
2.2. 클로드 엑셀에서 클로드코드까지
실무 자동화의 본진은 로컬 파일을 다루는 클로드코드·코덱스지만, 처음부터 가면 포기하게 됩니다. 클로드 엑셀 입문 → 코워크 중간 → 코딩 에이전트 본진 → 자율 에이전트 지평선의 단계적 사다리를 제시합니다.
앞 챕터에서 준비물 셋 중 첫 번째인 모델을 정했습니다. 기본은 클로드와 챗지피티였습니다.
그런데 결제를 마치고 나면 질문이 하나 더 남습니다. 그 모델로, 어디서 일할 것인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클로드를 구독했으면 클로드 창을 열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같은 클로드라도 브라우저 채팅창에서 쓰는 것과, 엑셀 화면 옆에 붙여서 쓰는 것과, 내 컴퓨터의 파일을 직접 부리며 쓰는 것은 전혀 다른 도구입니다. 같은 지시를 채팅창에 던지면 답글이 오고, 엑셀 애드인에 던지면 시트가 바뀌고, 코딩 에이전트(Agent)에 던지면 파일이 만들어집니다.
모델은 하나여도, 그 모델이 앉는 자리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종류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이 자리를 정하는 것이 두 번째 준비물, 업무 툴 선택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이름이 너무 많습니다. 단톡방에서는 누군가 엑셀 애드인을 추천하고, 유튜브에서는 코딩 에이전트가 대세라 하고, 옆 팀은 또 다른 앱을 씁니다.
하나를 익힐 만하면 새 이름이 나타나니, 고르다 지쳐 결국 익숙한 채팅창으로 돌아가기 쉽습니다.
이번 챕터는 그 목록을 하나하나 비교하지 않습니다. 대신 무엇을, 왜, 어떤 순서로 손에 쥘지 사다리 하나를 세우겠습니다. 꼭대기가 어디인지부터 확인하고, 거기까지 오르는 칸을 하나씩 짚겠습니다.
1. 종착지를 먼저 알고 출발한다
제 결론부터 놓겠습니다.
실무 자동화의 본진은 코딩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Claude Code)와 코덱스(Codex)입니다.
내 컴퓨터에 앉아 폴더 안의 정산표와 조서 파일을 직접 읽고 쓰고, 코드를 짜서 그 자리에서 실행하는 도구입니다. 클로드 코드는 앤트로픽의, 코덱스는 OpenAI의 도구이니 2.1에서 고른 두 모델과 그대로 짝이 맞습니다.
왜 여기가 본진인지는 1부에서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실무 자동화의 몸통은 반복 구간을 결정론 코드로 굳히는 것이었고, 그 코드는 우리가 아니라 AI가 짜 준다고 했습니다.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곳이 코딩 에이전트입니다. 서식을 코드로 고정한 테마 스킬(Theme Skill)도, 산출물을 자동으로 검증하는 하네스(Harness)도, 전부 이 안에서 만들어지고 이 안에서 돌아갑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가 자동화하려는 반복 업무는 채팅창이 아니라 내 컴퓨터의 폴더 안에 삽니다. 매달 같은 자리에 쌓이는 정산표, 분기마다 갱신되는 조서, 거래처별로 정리된 증빙 폴더.
자동화란 이 파일들에 같은 작업을 반복해서 거는 일이니, 도구도 그 파일들 곁에 있어야 합니다. 브라우저 채팅창은 내 컴퓨터 밖에 있어서, 파일을 올리고 결과를 내려받는 왕복까지가 한계입니다.
종착지를 첫머리에 못박는 이유가 있습니다. 목적지를 모르고 도구를 고르면, 지금 편한 도구가 기준이 됩니다. 그러면 채팅창의 한계가 AI의 한계처럼 보이고, 자동화는 늘 신기한 체험에서 멈춥니다.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알아야, 각 칸에서 무엇을 얻고 넘어갈지도 분명해집니다.
이 챕터의 제목을 '클로드 엑셀에서 클로드코드까지'로 붙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발 칸과 종착 칸을 처음부터 함께 쥐고 가자는 뜻입니다.
2. 그러나 사다리로 오른다
그럼 오늘 바로 클로드 코드를 설치하면 되는가.
말리고 싶습니다. AI를 처음 쓰는 사람이 첫날부터 코딩 에이전트를 열면, 높은 확률로 그날 포기합니다.
화면부터 낯섭니다. 채팅창인 줄 알았는데 코드가 흐르고, 폴더 권한을 묻는 창이 뜨고, 승인하라는 변경 내역이 낯선 기호로 가득합니다. '역시 개발자들 물건이구나' 하며 창을 닫는 순간, 본진은 영영 멀어집니다.
도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순서가 틀려서 생기는 실패입니다. 채팅 한 번 안 해 본 사람에게 코드 화면부터 들이밀었으니, 포기는 예정된 결과입니다. 그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다리 없이 절벽 앞에 세워졌을 뿐입니다.
제 경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자동화를 붙잡아 온 시간을 돌아보며, 거창한 AI나 RPA보다 Ctrl + C·Ctrl + V 단축키와 VLOOKUP 함수가 실무에 더 큰 도움이 됐다고 결론 내린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도구라도 다루기 어려우면 결국 손이 가지 않았고, 손이 가지 않는 도구는 없는 도구와 같았습니다. 이후로 저는 도구의 성능보다, 지금 내가 계속 쓸 수 있는가를 먼저 봅니다.
그래서 이 가이드는 직행 대신 사다리를 권합니다. 기준은 두 축입니다.
익숙한 화면에서 낯선 화면으로, 챗봇에서 에이전트로.
챗봇은 대화창 안에서 묻고 답하는 AI이고, 에이전트는 대화를 넘어 파일과 코드를 직접 다루는 AI입니다. 사다리의 아래 칸일수록 화면이 익숙하고 챗봇에 가깝습니다. 위로 오를수록 화면이 낯설어지는 대신, AI의 손이 닿는 범위가 넓어집니다.
첫 번째 축은 배우는 비용을, 두 번째 축은 맡기는 범위를 가리킵니다. 좋은 입문 도구는 앞의 축에서 낮아야 하고, 좋은 본진 도구는 뒤의 축에서 높아야 합니다. 두 축을 한 도구가 모두 가질 수는 없으니, 순서가 필요해집니다.
시중의 툴 목록이 아무리 길어도, 이 두 축 위에 놓아 보면 대부분 네 칸 중 하나로 들어갑니다. 새 이름이 매주 나타나도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낯섦의 정체를 하나 더 짚으면, 위로 갈수록 AI에게 내주는 권한이 커집니다. 대화만 하던 상대에게 파일을 열어 주고, 나중에는 코드 실행까지 맡깁니다. 권한이 커지는 만큼 확인할 것도 늘어나니, 이 낯섦은 건너뛸 것이 아니라 한 칸씩 길들여야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아래 칸에서 만든 감각은 위 칸에서 하나도 버려지지 않습니다. 챗봇에게 일을 시키던 말버릇도, 파일을 맡기던 요령도 본진에서 그대로 쓰입니다. 사다리는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가장 빠른 길입니다.
미리 말해 두면, 사다리는 순서이지 기간이 아닙니다. 한 칸에 몇 달씩 머물 필요는 없고, 감각이 붙었다 싶으면 며칠 만에 다음 칸으로 올라도 됩니다.
이미 채팅창이 익숙한 분이라면 2단에서 시작해도 됩니다. 사다리는 모두 1단부터 밟으라는 규칙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느 칸에 있는지 가늠하는 자입니다.
이 기준으로 줄을 세우면 사다리는 네 단이 됩니다. 아래 두 칸은 챗봇의 세계, 위 두 칸은 에이전트의 세계입니다.
익숙한 화면에서 한 단씩 오른다 — 1단 클로드 엑셀, 2단 코워크·챗지피티워크, 본진은 3단 클로드코드·코덱스, 4단은 지평선
3. 1단, 엑셀 옆에 챗봇 하나
첫 칸은 클로드 엑셀(Claude for Excel)입니다. 클로드 파워포인트·워드까지 한 계열입니다.
매일 열던 엑셀 화면은 그대로 두고, 그 오른쪽에 채팅 패널 하나를 얹습니다. 새로 배워야 할 화면이 없으니, 설치한 날 바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진입장벽으로 따지면 이보다 낮은 자리가 없습니다. 회계·재무 실무자의 하루는 대부분 엑셀 위에서 흘러가는데, 그 가장 익숙한 화면에 챗봇 하나만 더하는 것이라서 그렇습니다.
같은 챗봇이라도 브라우저 창이 아니라 엑셀 옆에 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이 벌어지는 자리와 AI가 앉은 자리가 가까울수록, 시켜 볼 일이 눈에 많이 띕니다. 브라우저 창은 열어야 생각나지만, 화면 옆의 챗봇은 일하다 보면 눈에 걸립니다.
첫 칸을 여기로 잡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실패해도 잃을 것이 없습니다. 시트 하나가 어긋나면 Ctrl + Z로 돌리면 그만이니, 부담 없이 시키고 고치기를 거듭할 연습장으로 이만한 자리가 없습니다.
1단의 목적은 자동화가 아니라 감각입니다. AI에게 일을 시키고,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고쳐 시키는 왕복을 가장 만만한 자리에서 몸에 붙이는 단계입니다. 이 왕복이 손에 익어야, 다음 칸에서 폴더를 맡길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보입니다.
엑셀보다 보고서와 제안서가 많은 분이라면, 같은 계열인 파워포인트·워드 쪽에서 시작해도 됩니다.
이 칸에서 무엇을 먼저 시키고 어떻게 굴리는지는 3.1에서 따로 다룹니다.
4. 2단, 채팅창이 내 폴더를 읽는다
두 번째 칸은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와 챗지피티 워크입니다.
겉모습은 여전히 채팅창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생깁니다. 파일을 올리지 않아도, 채팅창이 내 컴퓨터의 폴더를 직접 읽고 씁니다.
1단에서 AI는 지금 열어 둔 파일 안에 머물렀습니다. 2단에서는 폴더를 통째로 가리키며 일을 시킬 수 있게 됩니다.
이 칸이 사다리에서 맡는 역할은 분명합니다. 챗봇과 에이전트의 중간 다리입니다. 화면은 아직 익숙한 채팅창인데, AI의 손은 이미 내 컴퓨터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 다리를 굳이 놓는 이유가 있습니다. 1단에서 3단으로 바로 뛰면 낯선 화면과 낯선 권한을 한꺼번에 만나게 됩니다. 2단은 그 둘을 쪼개서, 화면은 익숙한 채로 권한부터 먼저 연습하게 해 줍니다.
이 칸은 지금 가장 빠르게 붐비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코워크·챗지피티 워크 외에 커서(Cursor)나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 같은 도구도 이 계열에 듭니다. 각 사가 채팅창에 로컬 파일 접근을 앞다퉈 붙이는 중이라 이름은 계속 늘어나겠지만, 칸의 본질이 같다는 것만 기억하면 헤맬 일이 없습니다.
이 칸을 거치면 'AI에게 내 파일을 맡긴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본진에서 매일 반복될 그 감각의 절반을, 코드 없는 화면에서 미리 익혀 두는 것입니다.
왜, 언제 이 칸으로 넘어오는지는 3.2에서 다룹니다.
5. 3단, 본진에 입성한다
세 번째 칸이 앞에서 말한 종착지, 클로드 코드와 코덱스입니다.
여기서부터 AI는 챗봇이 아니라 에이전트로 일합니다. 파일을 읽고 쓰는 데서 나아가, 코드를 짜고 실행해서 산출물을 직접 만들어 냅니다.
1부에서 말한 결정론 자산이 태어나는 곳이 바로 이 칸입니다. 매달 반복하는 집계 절차를 코드로 굳히고, 서식을 테마 스킬로 고정하고, 검증 하네스를 붙이는 일이 전부 여기서 이루어집니다.
이 칸에 올라서야 1부의 그림이 완성됩니다. 반복은 결정론으로, 판단은 AI에게. 반복을 굳힐 코드를 짜는 손과 그 위에서 판단을 맡는 머리를, 코딩 에이전트 하나가 겸합니다.
1·2단을 거쳐 온 사람에게 이 칸은 생각만큼 낯설지 않습니다. 시키는 말버릇과 파일을 맡기는 요령이 이미 손에 있으니, 남은 낯섦은 화면 하나뿐입니다. 요즘은 그 문턱마저 낮아지는 중인데, 그 이야기는 3.3에서 하겠습니다.
다만 자산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이 챕터의 몫이 아닙니다. 도구를 손에 쥐는 법은 3.3에서, 실제로 만든 자산들은 4부에서 다룹니다. 여기서는 위치만 기억하면 됩니다. 사다리의 세 번째 칸이 본진이라는 것.
이 칸에도 이웃이 있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 CLI(Gemini CLI)가 같은 계열입니다.
그래도 기본을 클로드 코드·코덱스로 놓는 이유는 2.1과 같은 논리입니다. 자체 모델을 가진 회사가 직접 만드는 일선 도구라, 모델의 새 기능이 가장 먼저 실리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6. 4단, 책상에 없어도 일이 돈다
사다리의 마지막 칸은 오픈클로(OpenClaw)나 헤르메스(hermes) 같은 자율 에이전트입니다. 내 업무에 맞는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부리려는 흐름에서 나온 이름들입니다.
3단까지는 여전히 사람이 시작 버튼을 눌렀습니다. 4단은 그 버튼마저 넘깁니다. 정해 둔 조건이 되면 내가 자리에 없어도 에이전트가 스스로 일을 시작하고, 끝낸 결과를 남겨 둡니다.
두 축으로 보면 이 칸은 에이전트 축의 끝입니다. 화면이 낯선 정도가 아니라, 지켜보는 화면 자체가 없어지는 자리입니다.
이 칸을 사다리에 굳이 그려 두는 이유는, 3단에서 만든 자산이 그대로 이 칸의 재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쌓는 코드와 검증 환경이 언젠가 자율 에이전트가 부릴 밑천이 됩니다.
다만 이 칸은 목표라기보다 지평선입니다. 대부분의 실무는 3단과 그 언저리에서 이미 충분하니, 지금 여기를 겨냥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세한 그림은 3.5에서 잇겠습니다.
네 칸을 한눈에 놓으면 이렇습니다.
| 단 | 도구 | 자리 | 상세 |
|---|---|---|---|
| 1단 | 클로드 엑셀 (+파워포인트·워드) | 익숙한 화면 옆의 챗봇 — 입문 | 3.1 |
| 2단 | 클로드 코워크·챗지피티 워크 | 채팅창 + 로컬 폴더 — 중간 다리 | 3.2 |
| 3단 | 클로드 코드·코덱스 | 결정론 자산을 만드는 본진 | 3.3 |
| 4단 | 오픈클로·헤르메스 | 자율 에이전트 — 지평선 | 3.5 |
이것으로 준비물 둘이 채워졌습니다. 모델은 클로드와 챗지피티, 업무 툴은 이 사다리를 따라 클로드 엑셀에서 클로드 코드까지. 고민하던 툴 목록은 네 칸으로 줄었고, 오르는 순서도 정해졌습니다.
사다리를 세워 두면 조급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지금 1단에 있어도 뒤처진 것이 아니라, 같은 길의 다른 지점에 있을 뿐입니다.
이제 결제하고 설치하면 될 것 같지만, 그 전에 정할 것이 하나 남았습니다.
무엇을 올려도 되는가. 고객사의 정산표를, 아직 공시되지 않은 재무 정보를 이 도구들에 넣어도 되는가 하는 기준입니다. 이 기준 없이 도구부터 깔면, 첫 파일을 올리는 순간부터 찜찜함이 따라붙습니다.
다음 챕터에서 이 마지막 준비물, 보안과 데이터 반출 기준을 세우고 2부를 마치겠습니다. 준비가 끝나면, 3부에서 이 사다리를 실제로 한 칸씩 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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