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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CPA.
목차2.3. 황금비율 — 결정론 90% + AI 10%

2부. 기본 개념

2.3. 황금비율 — 결정론 90% + AI 10%

실무의 열에 아홉이 반복이라는 데서 90%의 근거를 찾고, AI 무용론과 모델 발전론 두 반론에 정면으로 답합니다.

앞서 두 챕터에 걸쳐 AI가 확률모델이라는 것, 그리고 프롬프트로는 그 불확정성을 좁힐 수만 있을 뿐 없앨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챕터는 2부의 마무리입니다. 1.1에서 비율의 근거는 2부에서 차근차근 설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빚을 여기서 갚습니다.

결정론 90% + AI 10%. 이 가이드 전체를 관통하는 황금비율이 왜 이 숫자인지, 그리고 이 비율에 쏟아질 반론까지 정면으로 다룹니다.

1. 왜 90%인가 — 실무의 열에 아홉은 반복이다

숫자의 근거는 거창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 책상 위에 있습니다.

지난달 조서를 열어 이번 달 숫자만 갈아 끼웁니다. 정산표는 담당 회사가 바뀌어도 뼈대가 그대로입니다. 보고서 서식은 작년에 쓰던 그 양식입니다. 월말마다, 분기마다 돌아오는 업무를 하나씩 떠올려 보면 대부분이 이런 식입니다.

실무의 열에 아홉은 어제 하던 그대로 다시 하는 일입니다.

물론 나머지가 있습니다. 예외 거래의 성격을 해석하고, 개정된 규정을 이번 상황에 적용하는 판단. 하지만 그 비중은 전체 업무에서 한 줌입니다. 제 체감으로 이 반복과 판단의 비중이 대략 9 대 1이고, 이것이 결정론 90% + AI 10%라는 숫자의 근거입니다.

정밀하게 측정한 값은 아닙니다. 다만 핵심은 소수점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실무의 압도적 다수는 "매번 똑같이"의 영역이고, 판단은 좁다. 이 구조를 인정하는 순간 AI를 배치할 지도가 달라집니다.

월 결산 정산표 하나만 갈라 봐도 이 구조가 보입니다.

  • 반복: 시트 구성과 서식, 집계 수식, 전월 잔액과 대사하는 검증 절차 — 매달 똑같아야 하는 부분
  • 판단: 이번 달 특이 거래를 어느 계정으로 볼지 정하는 일 — 매달 달라지는 부분

한 장짜리 산출물 안에서도 비율은 이미 9 대 1에 가깝습니다.

2. 왜 아무도 이 비율을 말하지 않았나 — 전제가 반대인 사람들의 활용법

그런데 시중의 AI 활용 콘텐츠 어디에서도 이런 비율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1.1에서 짧게 스쳤던 이유를 이제 원리로 말할 수 있습니다.

시중 콘텐츠의 두 축인 개발과 콘텐츠 제작은 모두 '새로 만드는' 일입니다. 어제와 다른 아이디어, 어제와 다른 문장이 오히려 미덕입니다. 그들의 업무에서는 판단과 생성이 대부분이라, 비율이 우리와 반대에 가까울 것입니다.

하지만 실무자의 반복 업무는 어제와 오늘이 똑같아야 합니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전제가 통째로 뒤집혀 있는 셈입니다.

같은 AI라도 전제가 다르다 — 개발·콘텐츠는 '매번 달라도 좋다', 업무 자동화는 '어제와 오늘이 똑같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활용법에는 결정론의 자리가 애초에 없습니다. 틀린 활용법이어서가 아니라, 비율이 다른 일의 활용법이었던 것입니다. 남의 지도를 들고 내 길을 찾으니 헤맬 수밖에 없었습니다.

3. 그럼 AI 10%는 어디에 두나 — 흔들려도 되는 자리만 남긴다

비율을 받아들였다면 배치가 남습니다. 원칙은 하나입니다.

결정론을 골격으로 세우고, AI는 판단이 불가피한 좁은 자리에만 얹습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AI를 만능 일꾼처럼 업무 전체에 던져 놓으면, 반복 구간 90%까지 확률모델의 흔들림에 노출됩니다. 반대로 반복 구간을 먼저 결정론으로 못 박아 두면, AI가 흔들리더라도 흔들릴 수 있는 자리가 판단 한 줌밖에 남지 않습니다.

앞 챕터에서 판단의 표면은 열어 두고 실행의 표면만 닫기로 했습니다. 이 원칙의 시스템 버전이 바로 지금 이야기입니다. 프롬프트와 코드 사이에서 표면적을 줄이던 일을, 업무 전체의 설계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결정론 골격이 판단 구간을 둘러싼다 — AI가 흔들려도 영향은 10% 안에 격리된다

그래서 업무 자동화의 본질은 더 똑똑한 AI를 찾는 일이 아닙니다. AI가 흔들려도 되는 자리를 좁게 만드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결정론을 실제 코드로 세우는 구체적인 방법은 5부의 실전 사례에서 하나씩 뜯어봅니다.

4. 이 비율에 쏟아질 두 가지 반론

여기까지 오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둘 있습니다.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겠습니다.

4.1. "결정론을 앞세우면 AI 무용론 아닌가"

반대입니다. 결정론은 AI를 밀어내는 벽이 아니라 AI를 살리는 골격입니다.

반복 구간이 고정돼 있어야 남은 판단을 안심하고 AI에 맡길 수 있습니다. 골격 없이 전부 맡기면 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자동화는 결국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검토합니다. 그것은 자동화가 아니라 검토 업무의 추가입니다.

다시 말해 결정론 90%는 AI 10%가 실무에서 실제로 쓰이게 만드는 조건입니다. 비율은 AI의 지분을 깎는 게 아니라, 그 지분이 버려지지 않게 지켜줍니다.

4.2. "모델이 계속 좋아지면 결국 다 되지 않나"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한 가지 일은 사람의 몫으로 남습니다. 내 업무에서 무엇을 똑같이 반복할지 정의하는 일입니다. 이 정의가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모델도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모른 채 매번 새로 만들 뿐입니다.

특히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이 정의는 더 중요해집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는 것은 흔들릴 수 있는 범위도 함께 넓어진다는 뜻이라, 그 범위를 좁혀 주는 결정론의 가치가 오히려 커집니다. 모델 성능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만, 반복의 정의는 실무를 아는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5. 첫 질문을 바꾸면 자동화가 시작된다

이제 2부의 결론이자 이 가이드 방법론의 선언입니다.

실무자가 AI 자동화를 시작할 때 던지는 첫 질문은 대개 "AI에 뭘 시킬까"입니다. 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내 업무에서 무조건 똑같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의 답을 결정론으로 고정하고, 남는 판단만 AI에 넘기면 자동화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 업무에서 매달 똑같이 반복되는 산출물 세 개를 지금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목록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입니다.

3부로 넘어가기 전에 한 걸음만 더 나가 보겠습니다. 그 세 개 각각에 두 줄씩 붙여 봅니다. 무조건 똑같아야 하는 부분 한 줄, 매번 달라지는 부분 한 줄. 이 두 줄이 앞으로 만들 자동화의 설계도 초안이 됩니다.

원리는 여기까지입니다. 3부부터는 실행 준비로 넘어갑니다. 첫 관문은 도구와 지갑입니다. 앞 챕터에서 배운 토큰이 곧바로 다시 등장하는데, 저는 AI 실력이 결국 토큰 사용량과 정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왜 첫 단계가 무료 체험이 아니라 유료 구독이어야 하는지 — 다음 챕터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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