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준비 단계
2.1. 어떤 AI 모델을 고를 것인가
AI 도구가 너무 많아 시작조차 어려운 문제에서 출발해, 첫 구독은 자체 모델을 가진 회사(Claude·ChatGPT·Gemini·Grok)의 유료 요금제여야 하는 이유와 지금 시점의 선택 기준을 정리합니다.
1부까지는 문제와 원리였습니다. 2부부터는 준비 단계입니다.
그런데 준비를 시작하려고 검색창을 여는 순간, 대개 같은 벽을 만납니다. 'AI 모델 추천'을 검색하면 글마다 1위가 다릅니다. 지난달 순위와 이번 달 순위가 어긋나고, 그 사이에도 이름조차 처음 듣는 새 서비스가 매주 쏟아집니다.
비교 글을 열 장쯤 읽고 나면 결론 대신 피로가 남습니다. 뭘 골라야 할지 몰라,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는 것.
다행히 실무 자동화의 준비물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모델 하나, 업무 툴 하나, 보안 기준 하나. 이 셋이면 2부는 끝나고, 이번 챕터는 그 첫 번째인 모델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구독은 자체 모델을 가진 회사의 유료 요금제입니다. 기본은 클로드(Claude)와 챗지피티(ChatGPT), 상황에 따라 제미나이(Gemini)를 더합니다. 왜 이 답이 나오는지를 지금부터 풀겠습니다.
1. 첫 구독은 자체 모델 회사로
요즘은 AI로 무언가를 해준다는 서비스가 넘칩니다. 세금 신고를 도와준다는 AI, 계약서를 검토해 준다는 AI, 회의록을 정리해 준다는 AI.
그런데 그중 상당수는 자기 모델이 없습니다. 클로드나 챗지피티 같은 남의 모델을 빌려와, 특정 용도에 맞게 껍데기를 씌운 응용 서비스입니다.
이런 서비스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첫 단추로는 약합니다.
한 가지 좁은 용도에 맞춰져 있어 그 밖으로 나가는 순간 확장이 막히고, 무엇보다 뿌리가 남의 것입니다. 빌려 쓰는 모델의 정책이 바뀌거나 요금이 오르면 그대로 흔들립니다. 지금도 판은 MCP(Model Context Protocol)나 스킬 같은 표준을 중심으로 빠르게 다시 짜이는 중인데, 이런 재편이 올 때마다 남의 뿌리에 얹힌 서비스는 함께 휩쓸립니다.
반면 자체 모델을 가진 회사의 기본 구독은 이 재편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 구분 | 자체 모델을 가진 회사 | 남의 모델을 빌린 응용 서비스 |
|---|---|---|
| 범용성 | 무엇이든 시켜볼 수 있는 만능형 | 정해진 한 용도에 최적화 |
| 확장성 | 애드인·에이전트·표준으로 계속 뻗음 | 그 용도 밖으로는 잘 늘지 않음 |
| 생태계 재편 시 | 재편을 이끄는 쪽 | 빌린 모델을 따라 흔들림 |
그래서 첫 결제의 후보는 넷으로 좁혀집니다. 자체 모델을 가진 회사, 곧 클로드·챗지피티·제미나이·그록(Grok)입니다. 이들 위에서 익힌 감각은 어느 도구로 옮겨가도 그대로 쓰입니다.
응용 서비스는 그다음입니다. 기본기를 갖춘 뒤에 특정 용도가 필요해지면 그때 더해도 늦지 않습니다.
2. 무료로 시작하면 안 되나
여기서 자연스러운 반문이 나옵니다. 일단 무료로 써 보고 결정하면 안 되나.
무료로 맛보는 것 자체는 좋은 출발입니다. 다만 '한번 써본다'와 '업무를 맡긴다'는 전혀 다른 일입니다.
무료로 확인되는 것은 대화까지입니다. 질문에 그럴듯한 답이 오고, 문장을 다듬어 주고, 낯선 개념을 설명해 줍니다. 문제는 실무 자동화가 요구하는 것들이 정확히 그 바깥에 있다는 점입니다. 무료 티어는 하필 다음 지점마다 벽을 세웁니다.
- 파일 처리: 정산표나 증빙을 붙여 넣는 순간 유료 기능이거나 용량에 막힙니다
- 긴 맥락: 조서 한 건을 통째로 넣기엔 무료 요금제의 맥락 창이 좁습니다
- 코드 실행·애드인: 파일을 실제로 만들고 엑셀 안에서 바로 부리는 기능은 대개 상위 요금제부터 열립니다
- 사용량: 몇 번만 주고받아도 '오늘 한도를 다 썼다'는 안내를 만납니다
공교롭게도 이 넷은 실무 자동화의 재료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무료·최저가에 오래 머물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라는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 쉽습니다. 도구가 약해서가 아니라, 문턱을 넘어서 본 적이 없어서 생기는 인상입니다.
기능이 막혀서만도 아닙니다. 유료를 권하는 더 큰 이유는 실력에 있습니다.
1부 끝에서 본 토큰을 기억하실 겁니다. 토큰은 AI가 말을 만드는 조각인 동시에, 요금과 사용량 한도가 매겨지는 단위였습니다. 제 경우에도 서식을 코드로 고정해 두기 전에는 AI가 매번 긴 코드를 새로 써 내려가느라, 작업을 조금만 길게 이어가면 '사용량 한도에 도달했습니다'라는 안내부터 만나곤 했습니다. 이 단위를 거꾸로 세우면 실력 이야기가 됩니다.
저는 AI를 다루는 실력이 대략 '유료 결제 금액 × 사용 기간'에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써 본 사람이 잘 쓰게 됩니다.
회계사 시험에는 커리큘럼이 있지만 AI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어떤 일은 맡길 만하고 어떤 일은 아직 이르다는 감각은 강의로 생기지 않습니다. 결산을 여러 번 마감해 본 사람만 아는 감과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결제가 묘한 역할을 합니다. 매달 요금이 빠져나가면, 아까워서라도 매일 열게 됩니다. 저부터가 그랬습니다. 결제는 기능을 여는 값인 동시에 '오늘도 한 번 써보자'는 동기를 사는 값입니다. 실력이 토큰 사용량과 정비례한다면, 결제는 그 사용량을 매일 밀어 올리는 가장 확실한 장치입니다.

유료 결제가 매일 쓰는 습관을 만들고, 쌓인 사용량이 실력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요금제는 최소 Pro 등급부터 보시기 바랍니다. 무료나 최저가 요금제는 위에서 본 벽에 곧 다시 부딪힙니다. 실무 자동화의 진입선은 대체로 각 서비스의 Pro 언저리에서 열립니다.
3. 넷 중 무엇을 고르나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후보 넷 중 무엇을 첫 구독으로 고를 것인가.
먼저 날짜를 못 박겠습니다. 이 비교는 2026년 8월 21일 기준의 스냅샷입니다. AI 모델의 순위는 분기가 아니라 주 단위로 뒤집히기 때문에, 여기에 특정 버전 번호와 점수는 적지 않습니다. 잘 낡지 않는 것, 곧 어느 회사가 어떤 성격의 일에 강한지만 남기겠습니다.
기준일 현재 최상위 모델들의 종합 성능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예전에는 한 모델이 다른 모델을 확연히 앞서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종합 점수만 놓으면 거의 한 점에 모여 있습니다.
이 사실이 질문 자체를 바꿔 놓습니다. '누가 벤치마크(benchmark, 성능 시험 점수) 1위인가'는 더 이상 쓸모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이번 주 1위를 골라도 다음 주엔 순위가 바뀌고, 그 차이는 애초에 실무에서 체감되지도 않습니다.

종합 점수는 사실상 동점 — 선택은 내 업무 축에서 갈린다
승부는 종합 점수 바깥에서 갈립니다. 생태계와 딸려 오는 도구, 비용, 맥락 창의 크기,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실제로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순위표 대신 회계·재무 실무자의 업무 축 여섯 개를 세우고, 그 위에 모델을 나란히 올려 보겠습니다.
표에 올리기 전에 후보를 한 번 좁히겠습니다. 앞서 함께 세운 그록은 범용 첫 구독 후보로는 아직 한 발 뒤라, 표에서는 클로드·챗지피티·제미나이 셋으로 좁히고 그 옆에 다음 절에서 다룰 중국 오픈웨이트를 나란히 놓습니다. 그록이 왜 뒤에 서는지는 표 아래에서 따로 짚겠습니다.
| 내 업무 축 | 클로드 | 챗지피티 | 제미나이 | 중국 오픈웨이트 |
|---|---|---|---|---|
| 추론·분석 | 선두 | 선두 | 선두 | 강점 |
| 오피스·파일 연동 | 선두 | 강점 | 강점 | 상황별 |
| 코딩·에이전트 | 선두 | 강점 | 상황별 | 강점 |
| 맥락 창·속도 | 상황별 | 강점 | 선두 | 상황별 |
| 가성비 | 상황별 | 상황별 | 강점 | 선두 |
| 한국어·보안 | 강점 | 강점 | 강점 | 주의 |
셀은 기준일(2026년 8월 21일) 시점의 정성적 방향입니다. 선두=이 축의 선두권, 강점=강한 편, 상황별=업무에 따라 갈림, 주의=따져 볼 지점. 마지막 열의 중국 오픈웨이트는 다음 절에서 다룹니다.
표를 세로가 아니라 가로로 읽으면 각 회사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
클로드: 판단이 무거운 추론과 코딩·에이전트, 오피스 애드인에서 앞서 있습니다. 조서를 뜯어 보는 분석이나, 이 가이드가 뒤에서 다룰 자동화 작업의 중심이 여기에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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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가장 넓은 범용기입니다. 초안·창작·요약 같은 일상 업무가 두루 무난하고, 코덱스(Codex) 같은 개발 도구도 함께 딸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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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대용량 자료를 통째로 넣는 맥락 창과 출력 속도, 가성비에서 강합니다. 방대한 규정집이나 계약서 묶음을 한 번에 읽히거나, 노트북엘엠(NotebookLM)으로 자료를 정리할 때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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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록: 실시간 정보와 X(구 트위터) 연동이 강점입니다. 다만 오피스·에이전트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얇습니다. 표에서 한 발 뒤로 물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 구독을 이렇게 권합니다. 기본은 클로드와 챗지피티 두 개, 상황이 부르면 제미나이를 더한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클로드는 이 가이드가 뒤에서 다룰 추론·코딩·오피스 자동화의 중심이고, 챗지피티는 그 바깥의 온갖 잡무를 가장 무난하게 받아 줍니다. 이 둘이면 실무의 대부분이 덮입니다.
제미나이는 대용량 자료나 데이터 분석, 비용이 걸리는 순간에 상황별로 부르면 됩니다.
물론 이건 기준일 현재 제 판단이고, 각자의 업무 축이 다르면 답도 달라집니다. 데이터 분석이 업무의 절반이라면 제미나이가 첫 구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4. 더 싼 모델과 스냅샷 읽는 법
여기까지 읽으면 반문이 하나 남습니다. 더 싼 선택지는 없나.
있습니다. 최근 판을 흔드는 것은 중국의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들입니다. 가중치를 공개해 직접 내려받아 돌릴 수 있는 모델이라는 뜻으로, 큐원(Qwen)·딥시크(DeepSeek)·키미(Kimi)·GLM 같은 이름이 여기 속합니다. 맨 앞자리에 근접한 성능을 훨씬 낮은 비용으로 내고, 오픈웨이트 상위권은 사실상 중국 모델이 장악했습니다.
비용이 절대적인 기준이거나 모델을 내 서버에 직접 올려 쓰려는 경우엔 진지한 후보입니다. 다만 회계·재무 실무자에게는 성능·가격보다 먼저 걸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 데이터가 어디로 나가는가. 우리가 다루는 것은 남의 재무제표이고 미공개 정보입니다. 어떤 모델이 얼마나 싼가보다, 그 데이터를 그 서비스에 올려도 되는가가 먼저 정해져야 합니다. 이 질문은 중국 모델만의 문제가 아니라 클라우드에 올라가는 모든 AI에 똑같이 걸리는 문제라, 보안을 다루는 2.3 챕터로 잠시 접어 두겠습니다.
접기 전에, 이 챕터의 비교를 읽는 법 세 가지만 챙겨 두시기 바랍니다.
첫째, 날짜를 봅니다. 모든 비교는 특정 날짜의 스냅샷이고, 이 글의 스냅샷은 2026년 8월 21일입니다.
둘째, 숫자가 아니라 방향을 봅니다. 순위 몇 점 차가 아니라, 어느 회사가 어떤 일에 강한지입니다.
셋째, 결제 직전에 직접 확인합니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나 LM아레나(LMArena) 같은 공개 비교 사이트가 그날의 지형을 여러 축으로 견줘 줍니다. 이 글의 결론을 외우는 대신,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그날의 지형을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이면 충분합니다.
모델을 골랐습니다. 기본은 클로드와 챗지피티, 상황별로 제미나이.
그런데 결제를 마치고 나면 곧 알게 됩니다. 같은 모델도 어느 창에서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도구가 된다는 것을. 웹 채팅창의 클로드와 엑셀 옆의 클로드, 내 컴퓨터의 파일을 직접 다루는 클로드는 이름만 같을 뿐 할 수 있는 일이 다릅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이 질문, 무엇으로 일할 것인가를 놓고 업무 툴을 고르는 순서를 정하겠습니다.
이 가이드 그대로 팀·조직 교육이 필요하신가요? 실무자 눈높이의 강의·워크숍으로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