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실전 사례
5.2. 사례 1 — 오피스 테마 스킬
AI가 매 요청마다 서식 코드를 새로 써서 양식이 무너집니다. 색·표·제목부를 코드에 박아 그릇을 고정한 사례입니다.
앞 챕터에서 세 사례를 관통하는 원칙 하나를 세웠습니다. 매번 똑같아야 하는 것은 코드로 닫고, 판단이 남는 좁은 자리만 AI에 맡긴다는 것입니다.
이 첫 사례는 그 원칙을 가장 단순한 표면 하나에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문서의 서식입니다.
1부에서 꺼냈던 익숙한 장면부터 다시 불러오겠습니다.
AI가 만든 보고서는 내용은 그럴듯한데, 우리 회사 양식과 미묘하게 어긋납니다. 조금 손보면 다른 곳이 무너지고, 다음 달에 다시 시키면 또 처음부터 어긋나 있습니다.
결과물은 좋은데, 내 양식에 안 맞고, 고치면 무너진다.
이 아픔을 서식 층에서 끝내려고 만든 것이 제가 쓰는 오피스 테마 스킬(Theme Skill)입니다. 엑셀·워드·PPT 세 종류로 나뉩니다.
1. 왜 우리 양식은 매번 무너졌나 — AI가 서식을 매번 새로 그린다
2부에서 본 원리를 이 장면에 대 보면 답이 바로 나옵니다.
AI가 엑셀이나 워드를 만들 때 실제로 하는 일은, 그 파일을 그리는 코드를 한 벌 새로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코드를 매 요청마다 새로 씁니다.
매번 새로 쓰니, 헤더 색도 표 테두리도 제목 크기도 매번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흔들린 것은 내 지시가 아니라, 매번 새로 태어난 서식 코드였습니다.
프롬프트에 "우리 회사 남색으로, 표는 삼선으로" 한 줄을 더 붙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 말은 분포를 좁힐 뿐, 매번 같은 한 점을 찍어 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손볼 곳은 프롬프트가 아니라, 서식을 그리는 코드 쪽이었습니다.
2. 그래서 서식을 코드에 박았다 — 색·삼선표·숫자서식·제목부
해법은 단순합니다. AI가 매번 새로 짜던 서식 코드를, 미리 한 번 짜서 고정해 두는 것입니다.
서식은 코드가 맡고, 내용은 AI가 채운다. 이 한 줄로 문서를 두 층으로 갈랐습니다.
색과 숫자는 팔레트·관행대로
먼저 색입니다. 팔레트를 테마로 묶어 코드에 고정했습니다. 회색 계열의 기본 테마, 제 브랜드인 딥네이비와 블루, 평가용 테마 — 이렇게 세 벌입니다.
제 경우를 하나 들면, 정산표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던 것이 숫자서식이었습니다.
음수는 빨강 괄호로, 0은 대시로, 금액은 백만원 단위로. 회계 실무자라면 눈에 익은 그 관행입니다.
이걸 매번 프롬프트로 설명하는 대신, 숫자서식 문자열 하나로 코드에 박아 두었습니다. 이제 그 함수를 부르기만 하면 음수 괄호도 0 대시도 매번 똑같이 재현됩니다.
표와 셀에는 의미를 박았다
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좌우 외곽선 없이 위아래만 굵게, 안쪽 선은 얇게 — 실무 보고서에서 흔히 쓰는 삼선표를 표 그리기 함수(write_table)에 고정했습니다.
셀 색에도 의미를 박았습니다. 직접 입력한 값은 크림색, 다른 셀을 참조한 값은 회색, 음수는 빨강.
조서를 다뤄 본 분이라면 이 색 규칙이 왜 필요한지 아실 겁니다. 어느 셀이 손으로 넣은 값이고 어느 셀이 수식인지, 색만 보고 가려내려는 것입니다.

테마 함수가 고정하는 서식 규약 — 삼선표·음수 괄호·0 대시·셀 의미색 (도식)
워드·PPT도, 다만 앱마다 따로
워드도 같은 방식입니다. 제목부를 다섯 가지 형태로 미리 만들어 두고, 문서 성격에 따라 고르게 했습니다.
공식 의견서는 가운데 정렬 제목, 간단한 검토 메모는 옆줄 제목, 조서는 메타 정보를 얹은 제목. 문서유형만 지정하면 거기 맞는 제목부가 결정됩니다.
PPT는 평가보고서와 제안서처럼 형식이 굳은 문서에 한해 전용 빌더를 두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세 앱의 색을 스위치 하나로 동시에 바꾸는 구조는 아닙니다.
엑셀은 팔레트가 단일 출처지만, 워드는 같은 값을 맞춰 따로 정의를 두었고, PPT 빌더는 색을 각자 지정합니다.
세 앱 각각에서, 같은 브랜드 색과 서식을 코드로 고정해 둔 것입니다.
3. 무엇이 달라지나 — AI가 판단할 변수가 줄고, 그릇이 매번 똑같다
서식을 코드에 박고 나니, AI에게 남는 일이 확 줄었습니다.
이제 AI는 표에 어떤 계정과목을 담을지, 어느 행이 소계이고 어느 행이 합계인지, 보고서와 의견서에 무슨 문장을 쓸지를 판단합니다. 서식은 헬퍼(helper) 함수에 맡기고, 내용만 채웁니다.
두 층의 일은 이렇게 갈립니다.
| 구분 | 코드가 고정하는 것 | AI가 판단하는 것 |
|---|---|---|
| 엑셀 | 팔레트 색·삼선표·음수 괄호·0 대시·셀 의미색 | 담을 계정과목·수치, 소계·합계 구분 |
| 워드 | 제목부 5종·문서유형별 서식 | 보고서·의견서의 문장, 문서 성격 |
| 공통 | 어떻게 보일지 | 무엇을 담을지 |
2부에서 불확정성이 작동하는 표면적을 줄인다고 했습니다. 서식이라는 표면 하나가 통째로 닫히니, AI가 흔들릴 수 있는 자리가 그만큼 좁아졌습니다.
AI가 매번 새로 정하던 변수 열 개 중 서식에 걸린 것들이 사라지고, "무엇을 담을지"만 남습니다.

서식은 코드가 고정하고, 내용만 AI가 채운다
덕분에 이번 달 정산표와 다음 달 정산표의 표 골격이 같습니다. 제가 손으로 만든 것과 AI가 만든 것의 서식도 같습니다.
내용은 매달 다르지만, 그 내용을 담는 그릇은 매번 똑같습니다.
반복은 결정론으로, 판단은 AI에게. 5부의 첫 사례가 이 문장을 서식이라는 표면 하나로 보여 줍니다.
4. 서식 다음은 검증이다
서식은 원리상 코드로 닫기 가장 쉬운 표면입니다. 매번 똑같아야 하고, 판단이 거의 끼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 사례 중 가장 먼저 열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는 이렇게 깔끔하게 닫히지 않는 자리도 있습니다. 코드로 아무리 조여도, 판단이 반드시 한 줌 남는 자리입니다.
합계가 맞는지 검증하는 일이 그렇습니다. 틀린 합계를 찾아내는 것까지는 코드로 빠짐없이 깔 수 있지만, 그것이 진짜 오류인지 아니면 의도된 예외인지는 판단이 남습니다.
결정론 90% + AI 10% — 다음 챕터에서는 이 비율이 한 프로그램에 담긴 사례, XLWORK 풋팅(Footing, 합계 검증) 도구를 뜯어봅니다. 서식을 닫는 것과, 판단을 한 줌 남겨 두는 것이 어떻게 한 도구 안에서 만나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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