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 1장. AI 핵심 용어
(참고) AI가 엑셀을 다룰 수 있게 되기까지
챗GPT의 등장부터 스킬과 MCP, 클로드 엑셀까지 AI가 엑셀을 다루게 된 네 단계를, 앞 단계의 한계가 다음 이름을 낳은 사슬로 정리합니다.
이 장에서 할 일
2023년부터 지금까지 AI가 엑셀을 다루게 되기까지의 네 단계를 따라갑니다. 각 단계의 한계가 다음 단계의 이름을 낳았다는 사슬을 이해합니다.
AI 소식을 조금만 따라가 보면 낯선 이름이 끝없이 쏟아집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겨우 익혔나 싶으면 RAG가 나오고, 바이브 코딩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스킬과 MCP를 모르면 뒤처진다고 합니다. 용어 하나를 익히고 나면 다음 용어가 이미 나와 있다 보니, 전부 한철 유행어처럼 들려서 따라가기를 그만두는 실무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이름들을 등장한 순서대로 세워 보면, 새 용어는 모두 앞 단계가 풀지 못한 한계를 풀려고 생긴 이름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따라서 한계 하나를 알면 다음 이름이 왜 나왔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개발자보다는 우리 같은 비개발자 실무자의 눈으로, 챗GPT가 등장한 이후를 네 단계로 나눠 그 사슬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AI가 엑셀을 다루게 되기까지의 네 단계
네 단계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대략 한 해에 한 단계씩 이어지며, 그림은 왼쪽 위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다시 아래 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습니다. 네 단계의 끝이 스킬과 MCP이고, 이 시리즈에서 배울 클로드 엑셀도 그 위에 있습니다. 그림 아래에 적힌 그다음 흐름(하네스·루프, 오픈클로 같은 상시 자율 에이전트)은 부록 A에 따로 모았습니다.
각 용어의 뜻은 1.1~1.4장에서 살펴보았고 MCP와 스킬의 구조는 각각 2부와 3부에서 다루므로, 이 장에서는 이름과 등장 이유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1. 챗GPT의 등장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제가 챗GPT(ChatGPT)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2022년 기말감사 시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나중에는 이게 우리 조서도 다 써 주는 것 아니냐"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는데, 그 농담이 불과 3년 만에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2022년 말 공개된 챗GPT가 2023년 한 해 동안 빠르게 퍼지면서, 평소 쓰는 말로 물으면 AI가 알아서 답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처음에는 질문을 잘 알아듣고 그럴듯하게 대답하는 정도였지만, GPT-4가 나오면서 추론 능력이 크게 좋아졌고 미국 변호사 시험을 통과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곧 사람들은 같은 질문도 묻는 방식에 따라 답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챘고, 질문을 잘 짜는 기술이 하나의 역량처럼 여겨지면서 여기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당신은 20년 경력의 회계사입니다"로 시작하는 역할 부여 문장이 유행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챗GPT에 전문가 역할을 부여하는 페르소나 프롬프트를 입력한 실제 대화 화면
하지만 이 단계의 AI에는 두 가지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할루시네이션으로, 없는 세법 조항이나 기준서 문단을 아주 자신 있게 지어냈습니다.
다른 하나는 짧은 기억입니다.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 A4 두세 장 수준이라 계약서 한 묶음이나 두꺼운 규정집을 통째로 맡길 방법이 없었고, 대화가 조금만 길어져도 앞에서 한 지시를 잊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프롬프트를 아무리 다듬어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없는 말을 지어내고 기억력마저 짧으니 실무에 쓰기는 현실적으로 무리였고, 문제의 핵심은 묻는 기술보다 AI가 읽을 수 있는 재료에 있었습니다.
2. 컨텍스트 윈도우 확장과 RAG
첫 번째 벽은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었습니다. 2024년 무렵 AI가 한 번에 붙들 수 있는 분량, 곧 컨텍스트 윈도우가 약 4천 토큰(1.3장에서 본 조각 단위)에서 100만 토큰 규모까지 늘어나면서 책 여러 권 분량을 한 번에 올려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억할 수 있는 양이 늘자 관심은 질문을 다듬는 기술에서 무엇을 읽혀 줄지로 옮겨 갔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대신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흐름에서 RAG(검색 증강 생성)라는 이름도 퍼졌습니다. RAG는 AI에게 학습되지 않은 자료를 건네 오픈북 시험처럼 풀게 하는 방식으로, 기억에 기대 지어내는 대신 내 문서에서 근거를 찾아 "오직 이 근거 위에서만 답하라"고 하려고 나온 이름입니다(정확한 뜻은 부록 A). 구글 노트북엘엠(NotebookLM)처럼 사내 문서를 올려 두고 그 안에서만 답하게 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방대한 문서를 올려 두고 문서 근거로만 답하는 구글 NotebookLM 화면
근거 문서가 답에 따라붙으면서, 적어도 지어낸 답인지 원문과 대조해 볼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AI가 하는 일이 여전히 글쓰기에 머물렀다는 한계는 남아 있었습니다. 기준서에 근거해 답해 달라고 하면 잘 답했지만, 그 답을 토대로 엑셀 파일을 만들거나 워드·PPT 보고서로 완성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사람이 답을 복사해 붙여 넣어야 일이 끝났고, AI는 말 잘하는 조언자 역할에 머물러 일을 끝내 주지는 못했습니다.
3. AI 에이전트의 시대
1.1장에서 AI는 글만 쓴다고 했지만, 그 글이 코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24년부터 커서(Cursor) 같은 AI 코드 편집기가 개발자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고, 2025년에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코덱스(Codex)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런 도구는 AI가 쓴 코드를 내 PC에서 직접 실행하고, 오류가 나면 그 메시지를 읽고 고쳐서 다시 돌립니다. 흔히 코딩 에이전트라고 부르는 이런 도구를 이 시리즈에서는 로컬 에이전트라고 부르며, 이 시리즈의 범위 밖이라 7.2장에서 소개만 합니다.
바이브 코딩의 양대 도구, 커서(IDE 에디터)와 클로드 코드(터미널) 화면
에이전트(Agent)라는 말이 널리 쓰인 것도 이 무렵입니다. 답을 말해 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일을 끝까지 밀고 가게 하려고 붙은 이름이며, 도구의 종류보다는 일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점은 1.4장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개발을 모르는 사람도 원하는 프로그램을 우리말로 설명하면 AI가 만들어 주는 방식이 퍼지면서 여기에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비개발자도 자기만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이 단계에서 열렸습니다.
하지만 한계는 우리 실무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깃허브 같은 곳에 공개된 코드를 대량으로 학습한 덕에 웹사이트나 앱은 곧잘 만들었지만, 엑셀·PPT 같은 오피스 파일을 정교하게 다루는 데는 서툴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술적으로는 다 할 수 있었는데도 실무의 문법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엑셀을 다루는 파이썬 라이브러리인 openpyxl이나 pandas는 능숙하게 썼지만, 그것으로 우리 실무 양식에 맞는 파일을 만들거나 가치평가 모델의 로직까지 이해해 짜는 일은 하지 못했습니다. 회사 양식의 서식이나 계정 체계도 몰랐고, 대화창 밖에 있는 공시나 사내 데이터에 닿을 방법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4. 스킬과 MCP의 등장
모자란 것은 오피스 문서를 다루는 요령과 대화창 밖의 데이터, 두 가지였고 이 둘을 채운 이름이 스킬과 MCP입니다.
먼저 재료 쪽을 채운 것은 MCP(Model Context Protocol)로, 대화창 밖의 공시와 사내 데이터에 AI가 직접 닿게 하려고 나온 이름입니다. 규격은 2024년 11월에 공개됐고, 2025년에 여러 AI 도구가 이 규격을 지원하면서 쓰임이 넓어졌습니다. 그 결과 공시를 복사해 붙여 넣던 자리를 AI가 직접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요령 쪽에서는 2025년에 우리 회사의 양식과 업무 절차를 AI에게 한 번 쥐여 주고 두고두고 쓰게 하려고 스킬(Skills)이라는 이름이 나왔고, 오피스 문서의 벽을 먼저 깨기 시작한 것도 이 스킬입니다. 앤트로픽은 스킬을 내놓으면서 엑셀·워드·PPT 문서 스킬을 함께 공개했는데, openpyxl 같은 오피스 파일을 만드는 코드 옆에 실무 양식의 서식·수식 규칙을 담아 둔 형태였습니다. 즉 글로벌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엑셀 양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 실무 규칙을 스킬 안에 넣어 두고, AI가 그 규칙을 따라 파일을 만들게 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배울 클로드 엑셀도 사실 여기서 시작됐고, 제가 엑셀·워드 서식을 코드로 고정해 둔 테마 스킬도 이 이름 아래 있습니다(뜻은 1.4장, 구조는 3부).
앤트로픽 공식 스킬의 패키징 구조, 지침(SKILL.md)과 실무 양식·규칙(Resources)이 한 폴더에 담긴 모습
절차는 스킬로, 재료는 MCP로 갖출 수 있게 되면서, 에이전트가 개발자용 코드 생성을 넘어 실제 오피스 문서를 완성하는 자리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026년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이 단계이고, 우리 실무에서 AI를 본격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상 여기서부터입니다.
클로드 엑셀도 이 흐름 위에 있어서, MCP(2024년 11월)와 엑셀 등 오피스 스킬(2025년 10월)이 먼저 나오고 곧이어 클로드 엑셀(2025년 10월 베타)이 엑셀 안에서 일하는 애드인으로 나왔습니다. 클로드 엑셀은 스킬과 MCP를 그대로 함께 쓰기 때문에, 이 시리즈도 2부에서 MCP를, 3부에서 스킬을 먼저 다룬 뒤에 4부에서 클로드 엑셀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에이전트에게 혼자 일을 맡겨 보니 새로운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에이전트 혼자서는 실수와 누락이 잦았고, 이를 피하려다 보니 "이 파일을 수정할까요?" 같은 확인 요청을 수시로 보내 결국 사람이 옆에 붙어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반복되는 절차는 스킬로 못 박고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만 사람이 확인하도록 일을 설계하면 이 단계의 도구로도 실무에 바로 쓸 수 있으며, 이 시리즈도 그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이 한계를 아예 풀려고 나온 다음 이름들인 하네스와 루프, 그리고 상시 자율 에이전트는 이 시리즈의 범위를 넘어서므로 부록 A에 따로 모았습니다.
5. 한계가 다음 이름을 낳았다
네 단계를 한 표에 모으면 앞 단계의 한계가 다음 단계의 이름으로 이어지는 사슬이 한눈에 보입니다.
| 단계 | 시기 | 새로 생긴 말 | 가능해진 것 | 남은 한계 |
|---|---|---|---|---|
| ① | 2023년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 말로 시키면 글로 답한다 | 할루시네이션, 짧은 기억 |
| ② | 2024년 | 컨텍스트 윈도우, RAG | 많이 읽고 근거를 대고 답한다 | 여전히 글쓰기에 머묾 |
| ③ | 2025년 | 코딩 에이전트, 바이브 코딩 | 코드를 써서 직접 실행한다 | 오피스 파일에 약함 |
| ④ | 2026년 | MCP, 스킬, 오피스 에이전트 | 오피스 문서와 외부 데이터를 다룬다 | 단독 실수, 잦은 확인 요청(부록 A로) |
이 표는 도입부 그림의 네 칸에 가능해진 것과 남은 한계를 덧붙여 정리한 것으로, 줄마다 읽으면 앞 줄의 '남은 한계'가 다음 줄의 '새로 생긴 말'을 불러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를 다시 보면 RAG, 스킬, MCP가 모두 모델 자체를 더 똑똑하게 만들기보다 모델 바깥에 재료와 절차를 덧댄 이름이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7.1장에서 다시 살펴볼 '반복은 결정론으로, 판단은 AI에게'도 같은 방향입니다.
6.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
모델은 이렇게 한계를 하나씩 안으로 삼키며 발전해 왔습니다. 요즘은 "너는 20년 차 회계사야"라고 역할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전문가처럼 답하고, 별도의 검증 구조를 짜지 않아도 스스로 확인하는 모델이 나옵니다. 즉 지금 중요하다고 배운 기술이 다음 모델에서는 필요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더 눈여겨볼 부분은 이름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바뀌지 않은 것이며, 저는 그것이 두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 암묵지의 가치입니다. AI가 인터넷의 방대한 글을 학습하면서 공개된 지식과 기술은 누구나 똑같이 꺼내 쓰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개발이 가장 먼저 AI로 바뀐 것도 역설적으로 개발자들이 코드를 공개해 나누던 문화 덕분이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AI가 학습하지 못한 우리 회사의 양식과 원천 데이터, 그리고 실무자 머릿속에만 있는 경험과 판단 기준의 값은 올라갑니다. 프롬프트에서 지침으로, 지침에서 스킬로 그릇의 모양이 바뀌는 동안에도 그 그릇에 채울 내용은 처음부터 같았습니다.
둘째, 최종 결정과 책임입니다. 근거를 대 주는 RAG도, 절차를 쥐여 주는 스킬도 결과를 확정하지는 않습니다. 결과가 맞다고 승인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일은 한 번도 AI에게 넘어가지 않았으며, 감사보고서에 서명하는 사람은 여전히 회계사입니다.
앞으로도 용어는 계속 새로 나오겠지만 그때마다 모든 이름을 쫓아갈 필요는 없고, 새 이름이 앞 단계의 어떤 한계를 풀려고 나왔는지만 물으면 됩니다.
정리
- 챗GPT(2023) → 컨텍스트 윈도우·RAG(2024) → 코딩 에이전트(2025) → 스킬·MCP와 오피스 에이전트(2026) 순으로 흘러왔습니다.
- 새 이름은 모두 앞 단계의 한계를 풀려고 나왔고, 대부분 모델 바깥에 재료와 절차를 덧대는 방식입니다.
- 클로드 엑셀은 MCP와 오피스 스킬 위에 나온 도구라, 스킬과 MCP를 그대로 함께 씁니다.
- 이름이 바뀌어도 암묵지의 가치와 사람의 최종 책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AI가 엑셀을 다룰 수 있게 되기까지의 흐름을 살펴보았고, 이것으로 1부의 용어를 모두 갖췄습니다. 다음 2부에서는 이 시리즈의 첫 실습 도구인 커넥터(MCP)를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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