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 7장. 마치며
맥락을 넘겨주고 결정론으로 감싼다
이 시리즈의 실습 A부터 K까지를 두 문장으로 묶습니다. AI에게 내 업무의 맥락을 스킬과 커넥터로 넘겨주고, 확률 모델인 AI를 수식·스킬·검증이라는 결정론으로 감쌉니다.
이 장에서 할 일
이 시리즈의 실습 열한 개가 결국 무엇을 한 것이었는지 두 가지 결론으로 정리합니다. 첫째는 맥락을 넘겨주는 법, 둘째는 확률 모델을 결정론으로 감싸는 법입니다. 실습 곳곳에서 걸어 둔 안전장치(수식·스킬·검증)를 되짚어 내 업무에 옮길 기준으로 삼습니다.
6부에서는 대손충당금과 리스 결산을 먼저 프롬프트로 해 보고, 같은 작업을 스킬로 굳혀 호출 한 줄로 다시 돌렸습니다. 1부에서 용어를 익히고, 2부와 3부에서 커넥터와 스킬을 붙이고, 4부와 5부에서 클로드 엑셀을 직접 써 본 과정이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실습을 하나씩 따라오다 보면 각 장의 요령은 남지만 전체를 꿰는 줄은 흐려지기 쉬워서, 이 장에서는 그 줄을 두 가닥으로 정리합니다. 하나는 AI에게 무엇을 넘겨주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AI를 무엇으로 감쌌는가입니다.
먼저 이 시리즈 전체가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그렇게 해도 남는 AI의 성질을 살펴본 뒤, 그 성질을 어떻게 감쌌는지 되짚겠습니다. 결론부터 적었으므로 시간이 없다면 1절과 2절만 읽어도 이 시리즈의 결론은 모두 들어 있습니다.
1. AI는 몰라서 못 한다
처음 AI에게 실무를 맡겨 보면 결과가 그럴듯해 보여도 우리 회사 양식과 다르고, 기준서 문단은 틀리고, 공시 숫자는 비어 있어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아직 AI가 똑똑하지 않구나"라고 결론 내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AI가 내 업무를 못 하는 이유는 똑똑함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내 업무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조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 거래에는 어떤 기준서를 봐야 하는지, 작년에는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AI는 알지 못합니다.
1.1에서 살펴본 LLM(대규모 언어 모델)의 이름 풀이를 떠올리면 이유가 분명합니다. LLM은 방대한 자료를 미리 학습했지만 학습 이후에 개정된 기준서나 우리 회사의 결산 양식, 이번 분기 거래처 명단은 알지 못하며, 모르는 것을 물으면 1.3에서 설명한 할루시네이션(환각)처럼 그럴듯한 답을 지어냅니다.
신입 회계사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머리가 좋은 신입이라도 첫날 "우리 회사 대손충당금 계산해 와"라는 지시를 받으면, 설정률표가 어디 있는지, 명단은 누가 정하는지, 결과는 어떤 양식에 담는지 몰라서 헤맵니다. 이때 매뉴얼과 양식을 건네고 자료실 열쇠를 주면 같은 사람이 다음 날부터 일을 해냅니다.
따라서 더 똑똑한 모델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쓰는 모델에게 내 업무의 맥락을 넘겨주는 일이 먼저이며, 이 시리즈에서 한 일을 돌아보면 결국 이것 하나였습니다.
2. 맥락을 붙여 두는 두 장치
이 시리즈에서 맥락을 넘겨준 방법, 곧 이 시리즈의 결론을 한 장으로 줄이면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AI에게 내 업무의 맥락을 넘겨준다
그림은 위에서 아래로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맨 위: 1절에서 살펴본 출발점, 즉 AI가 내 업무를 몰라서 못 한다는 문제입니다.
- 왼쪽 칸(맥락 전달): 절차·규칙·서식은 스킬로, 기준서·공시·사내 자료는 MCP로 넘깁니다.
- 오른쪽 칸(반복 작업): 같은 일을 매번 설명하지 않고 스킬로 만들어 도구로 쥐여 줍니다.
- 맨 아래: 두 칸을 합친 결론으로, 프롬프트를 잘 쓰는 법보다 맥락을 붙여 두는 법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왼쪽 칸부터 살펴보면, 1.2에서 컨텍스트(맥락)를 주는 방법이 프롬프트에 직접 적기, 파일 첨부, 스킬과 MCP로 AI가 알아서 찾아오게 하기로 발전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시리즈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바로 세 번째 방법입니다.
| 장치 | 무엇을 넘기나 | 이 시리즈에서 붙인 것 |
|---|---|---|
| 스킬(Skills) | 어떻게 하는지: 절차·규칙·서식 | excel-theme(3.3), 검토 의견서 스킬(3.4), 테마 스킬(6.1), 대손충당금·리스 결산 스킬(6.2·6.3) |
| 커넥터(MCP) | 무엇을 참고할지: 기준서·공시·사내 자료 | 회계위키·OpenDART(2.3), 구글 캘린더·Gmail(2.2) |
두 장치의 공통점은 한 번 붙여 두면 매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스킬은 AI가 필요할 때 스스로 열어 읽고 커넥터는 AI가 필요할 때 스스로 가서 가져오므로, 내가 시키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꺼내 쓴다는 점이 프롬프트에 매번 적어 주는 방식과 가장 크게 다릅니다.
가장 분명한 예가 6.3의 리스 스킬입니다. /skillify로 스킬을 굳힐 때 "새 계약서가 오면 제1116호로 리스인지부터 판단한 뒤 추가한다"는 규칙을 박아 두었습니다. 이 한 줄 덕분에 다음 분기에는 "회계위키를 찾아봐"라고 말하지 않아도, 계약서만 첨부하면 AI가 회계위키에서 문단을 찾아 판단근거를 채우고 리스가 맞으면 계약명세에 추가합니다. 즉, 절차는 스킬이 넘겨주고 근거는 MCP가 넘겨준 사례입니다.
그림 오른쪽 칸의 반복 작업에서는 이 차이가 시간으로 드러납니다. 6.2에서 대손충당금 결산파일을 업데이트할 때는 처음에 다섯 줄짜리 프롬프트를 치고, 계획을 읽고 승인한 뒤, 기준서 검증을 따로 시켰습니다. 스킬로 굳힌 뒤에는 새 명세서를 넣고 스킬을 부르는 한 줄로 끝나므로, 30분짜리 작업이 호출 한 줄로 줄어들었습니다.
같은 프롬프트를 세 번 치고 있다면 스킬로 만들 신호이며(4.4), AI에게 매번 설명하는 대신 도구를 쥐여 주는 쪽이 빠르고 결과도 매번 같은 절차를 밟습니다.
돌아보면 이 시리즈의 실습 A부터 K까지는 모두 프롬프트를 잘 쓰는 법보다 맥락을 붙여 두는 법에 관한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3. 그런데 AI는 확률 모델이다
맥락을 넘겨주면 AI는 훨씬 일을 잘합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실습은 맥락만 넘기지 않고, 금액은 굳이 수식으로 넣게 하고, 절차는 스킬에 적어 고정하고, 끝나면 정답 숫자와 대조했습니다. 맥락을 넘긴 뒤에도 이렇게까지 감싼 이유는 AI가 확률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실습을 따라 하면서 같은 파일에 같은 프롬프트를 넣었는데, 미리 돌려 본 결과와 내 결과가 조금 다른 경험을 했을 수 있습니다. 시트 이름이 다르거나, 열 순서가 다르거나, 설명 문장이 다른 식입니다. 같은 실습을 여러 사람이 해 보면 같은 파일과 같은 프롬프트를 써도 사람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른 일이 흔합니다.
이런 차이는 오류로 볼 일이 아니며, AI가 원래 가진 성질에서 나옵니다. 1.1에서 LLM의 마지막 글자 M이 확률 모델(Model)이라고 설명했는데, AI는 "대손충당금을 ___" 다음에 올 말을 확률로 고르기 때문에 같은 질문에도 매번 조금씩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늘 쓰던 엑셀 수식과 나란히 놓으면 이 차이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확률 모델인 AI를 결정론으로 감싼다
그림 왼쪽 칸의 컴퓨터는 VLOOKUP에 코드 101을 넣으면 10만 번을 돌려도, 내일 다시 돌려도 1원의 오차 없이 같은 답을 내지만, 표에 없는 값을 만나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N/A로 멈춥니다. 오른쪽 칸의 AI는 처음 보는 계약서를 주면 읽고 리스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두 번 하면 답이 조금씩 달라지므로 대량 반복을 그대로 맡길 수는 없습니다.
결정론은 같은 입력이면 언제나 같은 결과가 나오는 방식으로, 엑셀 수식과 코드가 여기에 속합니다. 그림의 두 칸은 강점과 약점이 정확히 반대여서, 결정론은 일관되지만 판단을 못 하고 AI는 판단을 하지만 일관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잘하는 자리도 갈려, 서식·계산·집계·대사는 결정론의 자리이고 비정형 문서 읽기·맥락 파악·예외 해석은 AI의 자리입니다.
문제는 회계 실무가 매번 제각각인 계약서와 예외를 해석하는 판단을 요구하면서도, 최종 결과물은 1원 단위까지 맞고 정해진 양식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동시에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한 가지 방식으로 업무 전체를 처리하면 어느 한쪽의 약점이 반드시 드러납니다.
4. 확률을 결정론으로 감쌌다
이 시리즈의 실습은 AI에게 일을 맡기되 그 둘레를 결정론으로 감쌌으며, 앞 그림 맨 아래 한 줄이 바로 이 내용입니다. 감싼 방법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 금액은 수식: AI가 계산 결과를 값으로 적어 넣으면 그 숫자가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수식으로 넣으면 셀을 눌러 계산 과정을 볼 수 있고 원본 숫자가 바뀌면 결과도 따라 바뀌므로, 계산하는 주체가 AI에서 엑셀로 넘어갑니다.
- 절차는 스킬: 프롬프트로만 시키면 AI가 그때그때 순서를 새로 짜지만, 스킬에 절차와 규칙을 적어 두면 누가 언제 불러도 같은 순서를 밟습니다.
- 결과는 검증: AI가 "다 했습니다"라고 해도 그대로 믿지 않고, 맞았는지 숫자로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을 함께 시켰습니다.
이 세 겹이 이 시리즈의 어디에 있었는지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감싼 방법 | 실습 | 무엇으로 감쌌나 |
|---|---|---|
| 금액은 수식 | 3.3 실습 B | 테마 스킬을 쓰자 합계가 값이 아니라 수식으로 들어갔다 |
| 5.2 실습 E | 정률법 상각비를 "금액은 전부 수식으로" 요청했다 | |
| 6.1 실습 I | 테마 스킬을 고쳐도 "계산값은 수식" 규칙은 절대 빼지 않았다 | |
| 6.2·6.3 실습 J·K | 충당금·상각표·결산분개를 모두 수식으로 넣었다 | |
| 절차는 스킬 | 3.4 실습 C | 의견서 양식과 규칙 6줄을 스킬에 담았다 |
| 6.2 실습 J | 롤포워드 → 연령분석 → 충당금 → 분개 → 대사 순서를 /skillify로 고정했다 | |
| 6.3 실습 K | "리스인지부터 판단" 규칙까지 스킬에 넣었다 | |
| 결과는 검증 | 5.1 실습 D | 통합원장 행 수가 원본 시트 행 수 합계와 같은지 확인했다 |
| 5.3 실습 F | 심어 둔 오류 10종을 다 잡았는지 셀 주소 목록으로 대조했다 | |
| 5.5 실습 H | 회사별 열 합계가 0인지, 단순합산 매출액이 649,312,000,000인지 확인했다 | |
| 6.2 실습 J | 설정액 327,295,000, 추가전입 62,585,000을 정답과 대조했다 | |
| 6.3 실습 K | 결산분개 차대 차이 0, 분기말 리스부채 170,636,056을 확인했다 |
표에는 없지만 판단을 사람에게 남긴 장치도 같은 흐름에 있습니다. 6.2에서는 명단에 없는 거래처에 회수위험 징후가 있으면 노란색 표시와 보고만 하게 했고, 6.3에서는 중도해지된 계약을 빼지 말고 표시만 하게 했습니다. 3.4의 의견서 스킬은 근거를 못 찾으면 지어내지 말고 [근거 확인 필요]로 남기게 했는데, 모두 AI가 판단을 대신하지 않도록 멈출 자리를 정해 둔 장치입니다.
이렇게 감싸 두면 다른 사람과 결과가 조금 달라도 걱정할 일이 줄어듭니다. 시트 이름이나 설명 문장은 달라도 수식이 맞고 합계가 0이고 차대가 일치하면, 확률 모델의 흔들림이 판정 기준 안에 갇히므로 결과를 믿을 수 있습니다.
이 세 겹을 AI를 못 믿어서 치는 울타리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판단은 잘하지만 매번 조금씩 다르게 답하는 도구를 실무에 쓰기 위한 방법이며, 사람 직원에게 양식과 검토 절차를 주듯 AI에게도 같은 장치를 주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다음 절에서는 무엇을 감싸고 무엇을 AI에게 맡길지 가르는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5. 반복은 결정론으로, 판단은 AI에게
무엇을 감싸고 무엇을 맡길지의 기준은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반복은 결정론으로, 판단은 AI에게
분기마다 만드는 결산파일(정산표)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정산표 한 장을 갈라 보면 서식과 계정과목 순서, 집계 수식, 전기말 잔액 이월 대사, 차대 합계 차이 0 확인은 지난 분기에도 똑같았고 이번 분기에도 똑같아야 합니다. 규칙이 분명하고 1원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결정론의 자리입니다.
반면 이번 분기에 새로 들어온 계약서를 읽고 리스인지 판단하는 일, 연체 거래처를 보고 대손 대상을 고르는 일, 그 결과를 어떤 수정분개로 반영할지 검토하는 일은 매번 새로 해석해야 하며, 이 몇 줄만이 판단의 자리입니다.
정산표 한 장을 갈라 보면 서식·계정 체계·집계 수식·검증은 지난 분기와 똑같아야 하는 반복이고, 이번 분기 수정분개 몇 줄만이 판단이다
역할을 이렇게 나누면 검토 부담이 달라집니다. 파일 전체를 AI에게 통째로 맡기면 AI가 수식을 건드리지 않았는지, 표를 망가뜨리지 않았는지 매번 전부 다시 봐야 합니다. 반면 반복을 수식과 스킬로 고정해 두면 그 부분은 결정론이 보장하므로, 사람은 AI가 채워 넣은 판단만 확인하면 됩니다. 6.3에서 판단근거 다섯 줄을 먼저 읽고 금액은 정답 숫자와 대조만 한 것도 이런 방식입니다.
저는 모델이 더 똑똑해져도 이런 구분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델이 아무리 좋아져도 확률로 글을 쓴다는 본질은 그대로이고, 100번 중 한 번이라도 틀릴 수 있다면 실무자는 결국 전부를 다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회사의 양식과 계정 순서, 검증 규칙은 모델이 스스로 알아맞힐 수 없으므로, 무엇이 매번 같아야 하는지는 실무자가 정해서 붙여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AI를 켤 때 던지는 첫 질문을 "이 업무를 AI에게 어떻게 시키지?"에서 "이 업무에서 매번 똑같아야 하는 반복은 무엇이고, 매번 달라지는 판단은 어디까지인가?"로 바꾸기를 권합니다. 이 질문에 답해 반복은 수식·스킬·검증으로 잠그고 남은 판단에만 AI를 쓰면, 모델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업무 방식이 됩니다.
정리
- AI가 내 업무를 못 하는 이유는 내 업무를 모르기 때문이며, 맥락을 넘겨주면 해결됩니다.
- 스킬은 어떻게 할지를, 커넥터(MCP)는 무엇을 참고할지를 넘기며, 한 번 붙여 두면 AI가 스스로 열고 가져옵니다.
- AI는 확률 모델이라 같은 질문에도 결과가 조금씩 다르므로, 금액은 수식, 절차는 스킬, 결과는 검증으로 감쌉니다.
- 반복은 결정론으로 잠그고, 판단은 AI에게 맡깁니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의 실습을 맥락과 결정론이라는 두 가지 결론으로 정리했습니다. 다음 7.2에서는 이 맥락을 내 컴퓨터 전체로 넓히는 다음 단계와 도구를 고르는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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